미성년 대상 성범죄 엄벌, 檢·法 의지에 달렸다

입력 2020-04-15 17:40   수정 2020-04-16 01:31

‘n번방’ 운영자뿐 아니라 단순 시청자도 모두 엄벌해 달라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그러나 법조인 사이에선 “현실성이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아무리 아동음란물이라도 단순히 시청만 한 행위를 처벌할 법 규정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아동청소년성보호법(아청법)에는 아동음란물을 제작·배포·소지한 행위 등에 대한 벌칙 규정만 있을 뿐이다.

그런데 지난 1월 서울 소재 검찰청의 A검사는 메신저를 통해 아동음란물을 시청만 하고 컴퓨터 등에 별도로 저장하지 않은 B씨에 대해 아청법상 음란물 소지죄를 적용해 유죄를 이끌어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B씨는 카카오톡을 통해 미성년자와 대화를 나누던 중 상대방에게 음란한 영상물을 촬영해 전송하도록 했다. B씨는 해당 음란물을 시청하긴 했지만 보고 바로 지웠다고 진술했다. B씨 측은 “보기만 했을 뿐 휴대전화에 ‘저장’한 사실이 없으므로 음란물 소지죄의 구성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A검사는 카카오 측에 사실조회를 요청했다. 해당 회사로부터 “이용자가 동영상을 시청하면 휴대폰 카카오톡 앱의 내부 디렉터리에 동영상이 저장된다” “‘채팅방 나가기’를 하더라도 계속해서 동영상을 재생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는 이를 근거로 “B씨는 아동음란물을 ‘소지’했다”는 논리를 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동안 법원은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성범죄에 관대한 처벌을 내려왔다. 지방의 한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 1월 돈을 주고 타인에게 미성년자 음란물을 촬영하도록 한 C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법정형인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크게 못 미치는 처벌 수위다. 이마저도 1심(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보다 형이 가중된 것이다. 2018년 1심 기준 아청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건 중 실형이 선고된 비율은 33%에 불과했다. 집행유예가 38%, 벌금 등 재산형이 14%였다.

다행히 검찰과 법원은 최근 아동성범죄를 엄단하겠다는 의지를 속속 내비치고 있다. 검찰은 지난 13일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을 구속기소했다. 보완수사를 통해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법원도 조만간 양형기준을 마련해 아동성범죄 처벌 수위를 대폭 높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때가 늦었다는 아쉬움은 가시지 않는다. 살인·강도 등 전체 범죄 건수는 매년 감소 추세이지만 성범죄만 나홀로 증가하고 있다. 소라넷, 다크웹 사건 당시 강력한 대처가 나왔다면 어땠을까. 법령 등 제도의 미비가 아니라 수사기관과 법원의 의지 부족이 문제였다는 게 못내 아쉬움을 더한다.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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